그의 어색함, 당신의 친밀, 나의 가치?
... 편하게 생각하셔도 괜찮습니다만
_아, 덧붙이기에 한참을 늦었다.
솔직하게 말하지, 사회성 없는게 닮았다고?
.. 아닌거 같은데... ..유진이 보기에 당신은 아주 자연스러운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었으니, 이렇게 대화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당신을 보면 대단한 것이다. 어떻게 저렇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거지? .. 물론, 그런~ 말이 많다는게 아니라.
.. 유진은, 말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식은땀이 쏟아져 내렸으니까.
해서, 당신과 나의 공통점이라 하면은 붉은 색 뿐이었다. 그런데 그 붉은 색도 좀 많이 다르지 않나?
정말로, 당신과 나에게 공통점이 어디 있는데.
당신이 뒤늦게 덧붙인 말을 듣고는 생각했다.
... ...당신도 딱히 닮은 점이 없다고.. 알고 있는 거죠?
그래서 그냥 아, 하하... 네에... 라는 어색하기 그지 없는 대답을 흘릴 뿐이었다.
... 어색하십니까? 그래도 괜찮지 않습니까.
물론 저 혼자만의 착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맥과이어 님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등의 행위에 그리 부정적이지 않습니다.
... 물론, 달갑지 않으시다면,
이대로 자리를 파하는 것도 괜찮으리라 생각합니다.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는 중요하다 배웠습니다.
" .. ... 어. 어색. . 그. 그냥 농. 농담이고 아니, 어색하다고 생. 생각은.. .. 아 .. 아아... "
당신이 마른세수를 하니 몸이 바짝 긴장된다.
아, 질렸나? 질렸다. 질렸나보다!
웬일로 길게 말하고 있나 했더니 역시나지. 재미없고 이 생산성 없는 질문에 당신은 질렸다. 그, 그래도 째려보거나 하지는.. 않겠지..? 잔뜩 겁을 집어먹고 구차하게 떠듬거리며 변명하는데, 이어지는 당신의 말은 정말..
의외였지
" 어... 저. 저도? 딱히? 부. 부정적이진? 않은 데요?? 고, 곤란.. 하다고 한거 농담. 농담이고.. 아니, 솔직히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는건.. 사, 사실이지만. 엘렉트르씨.. 아, 아닌가.. .. 카인씨? 가.. 나름.. 대화를 이끌어나가주시니까..? 저는 대충.. 아니, 열심히.. 대답만 하면 되니까.. 나름. 편하다고. 해야할지... .. 아.. 아아.... 저는 진짜 괜찮은데요... 마.만약 ̄.. "
당신을 무어라 불러야 할지 어려웠다. 이것도 이름, 저것도 이름이라니! 귀찮고 헷갈리고 잘 못 말하면 찬물을 끼얹는건 당연한거고!
"  ̄... .... .. 당신이. 제가 불편하신거면.. 저.. 가. 가볼테니까요... .. "
당신의 말이 배려인지, 아니면 나 불편하니 비키라는건지 유진은 모른다. 그걸 알았으면 유진의 인생은 몇만배 쉬웠을 거다.
하지만 그런 눈치, 유진에게는 없다. ...한국인이지만 말이지?
_옷차림이나, 자잘한 행동 따위를 유심히 살폈다.
타인을 이리 세심하게 관찰한 것도 꽤나 오랜만이었다.
때로는 침묵이 도움이 된다.
당신도 유진도.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대화에는 몇번씩이나 침묵이 껴들었다. 침묵, 침묵, 침묵! 죽을 맛! 저가 말하는걸 가만히 듣고 있는 것도 불편한데 둘 다 조용하다? 상상만으로도 땀이 흐른다. 그리고 그 와중에 당신은 어째서인지 나를 살펴 보고 있는거 같으니 어깨가 좁아진다. .. .. 그래도 혼자 속으로 생각하길, 당신은 아마 .. 아마도? 나를 싫어하는거 같지는 않으니까? ... 확신은 없다. 싫어하는걸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가득이다. 그게 당신일지도 모른다. 진짜 당신을 간파할 능력은 나에게 없다. 그래서 유진은 그저 조심하고 긴장하는 것뿐만이 답이 없다. 최대한 미운 모습을 드러내지 않게, 호흡 하나 하나 신경 쓸 뿐이지
인간이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은 부질없는 노력이지 않습니까. 타인에게 온전한 이해를 바랄수록 슬퍼질 겁니다.
" ... 사람이.. 사람을 온전히. 이해 하는 것... "
당신의 말처럼 그건 어려운 일이지, 아마 역사에서 단 한번도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역사는 기나긴 인류 싸움의 기록이다. 하지만 와중에도 서로를 이해하고, 양보하고.. .. 제멋대로지만, 흥미롭다.
" 애초에... 타인이.. 본인을. 온. 온전히 이해하길 바라는거 자체가.. .. 오. 오만이자 비대한.. 나르시즘이라고.. 생각하는데요.. .. 한 개체도.. 본인의 이성과 본능에.. 갈등을.. 겪잖아요? 그러면서 주제에.. 타인에게 이해를.. .. 그것이 됐다면. 세, 세상에 타인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해요? ..나는... 당신 말처럼.. 그냥 알고.. 있는거죠. 는.. 저렇구나... .. 사실 모두가.. 그렇게 알고있는 행위만.. 한다면. 편할거에요..
.... 하지만, 그것은 인류가 아니죠."
그 이름이 당신께 가치있지 않다면... 새 이름을 얻어보시겠습니까?
새 이름.
당신의 그 말에는 모순이 넘친다. 이름은.. 중요시 여기지 않았던가? 그런데.. 새로 막.. 바꿔도... 괜찮은건가? 조금 줏대없다고 표현해야 하는걸까. ... 하지만 당신이 괜찮다는데... 그럼 그런거겠지 뭐...
" 아... ... .. 세례명.. 그러니까... 카인... 이던가? "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 제발 맞기를 기도하며 말해보았고
" ... 그런데.. 나 같은. 경우에는? 기존 이름도... 별 의미를 모, 못느끼는데.... 새 이름이라고... 뭐가 될까.. 싶은데요... 물론, 시작 부터 나름대로 의미를 담아서.. 새 이름을 부여하거나, 부여.. 받는 다면 예, .. 가치있는 이름? 그럴 수 있죠.. 근데.. 나는 그 이전에.. 이름에 가치가 있는 지가.. 의문인. 사람이라서.... 이름.. 당신이 나를. 나로 생각하고, 인식하면서 부른다면야... 솔직히.. 토마토라고 불러도.. 되는거.. 아녜요? 토마토 안에.. 내가 있으면.. 유진 맥과이어나, 토마토나.. 똑같죠, 뭐..."
이 정도의 가벼움이이다. 당신에게 있어 이름은 무거운 것 같다. 하지만, 유진에게 있어 이름은.. 불필요하다 표현할 정도였다.
... 맥과이어 님께서 생각하시는 사학자는 그저 기록하는 것입니까?
... 그분께서 굽어 살피시는 이 땅에 모든 만물이 어찌 가치없을 수 있냐... 는 이야기었습니다.
" ... 아, 네... 사학자는.. 그냥, 기록하는.. 행위죠? "
그렇게 확실하게 답하고
" ... .. 아, 아하... ... 근데, 나는.. 폭정이란거. 잘 모르겠는데요. "
그래, 역사에 있어 유진에게 나쁘고 좋음 따위는 없다.
" 나에게는, 정치뿐이. 있을 뿐입니다.. .. 폭정, 포악한.. 정치란 뜻이죠..? 그런데.. 그게. 나쁜.. 걸까요? 음... 글쎄요. 나는 잘 모릅니다.. 그러한 성향의 정치로 인해.. 수치적으로 경제가 발전했다는.. 결과가 있다면, .. 영웅의 반란의 원인이.. 되어.. 새역사의.. 발판이. 되었다면... 폭정. 좋은걸까요.. 나쁜 걸까요.. 내가 기, 기록한 수많은 정치와 관련된.. 이야기 중.. 폭정이 얼만큼 있었는지. 아니, 폭정이 이, 있는지? 나는 모릅니다.. 기록을 읽은 사람이 이것은 폭정이다 말하면.. 그렇구나, 싶을 뿐.. ...나는 기록하는 행위를 하고. 그 행위로 하여금. 기록서가 남, 남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그 기록서를 읽어요... .. 그리고 저마다 느끼고, 새, 생각하고... 변하거나. 읽는 사람의 몫입니다. 당신이 말했잖아요? 글이. 가치있다고.. .. 그것은 나, 나의 가치가.. 아닙니다. "
하고는 이어진 당신의 말에 조금 움찔했다. 신, 만물, 가치.
" 그으러니까.. 사람은. ... ... 신이 굽어 살피기 때문에... .. 가치 있는.. 거네요? "
유진에게는 그렇게 들렸다. 그리고 제 생각을 말했다. 신을 부정하거나 멸시 할 생각은 없었으나, 당신에게 어떻게 들릴지는.. 모르지.
나아가야 할 것은 미래가 아닙니까. 앞으로의 당신께 편한 일은 무엇입니까.
" 앞으로는... 딱히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알 수 없는걸 생각하고, 준비해봐야.. 좀 헛수고다.. 싶고.. 그, 그리고 미안해요, 내.. 말실수.. 과거의 편의가 아니라.. 과거를 기록할 나를 위한. 편의.. 그래, 내가 앞으로를 챙기는건.. 과거를 기록할 때.. 뿐입니다. ... 말장난 같지만, 진짜. 미래에서. 이미 지나간 혀, 현재를 기록할 나를 위한.. 정보 수집... .. 과거는.. 지나가는 것이라고.. 다들 가볍게 지나치니까.. 그만큼 바뀌고, 사라지고... .. 솔직히 사실을 찾아내는거. 재, 재밌지만.. 효율은 영 꽝이거든요.. 그래서.. 네필림의 휴가...? 나름.. 큰.. 역사죠? .. 응, ... 지금 정보를 모아두면.. 분명 나중에.. 편할테니까.. "
하고는 당신의 마지막 말에 바보같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 없이 멀뚱거렸다. .. 여지껏 신나게 말해놓고는... 잊으라니...
완전 제멋대로다.. 싶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