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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직, 진정 마지막을 겪지 않았을 텐데도.

남산어묵 2020. 8. 10. 19:10



신의 구절을 적은 책이 있었지, .. 거기에서, 뭐라고 하더라? 어린 종? 어린.. 양?

어쨌든, 구원을 바라노니, 나를 저버리지 마시옵소서…. 라던가.

딱~ 당신의 이야기만 같았다. 

... 아, 아니다. 당신은 얼른 나의 삶을 앗아가고, 죽음을 쥐어달라 목 매어 갈망하고 있으니, 정 반대라고 하는 게 옳은걸까?





신의 아이가 입을 열고, 제 이야기를 꺼낸다.

당신 앞의 .. 사람 ― 사학자  는 그저 들었다. 특히 귀를 기울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심하지도 않고.

당신이 전하는 것은 분명, 어느정도 '중요' 하며, '특별' 한 것이겠지만, 유진은 그 특별과 중요를 언급해 주지 않으면 알지 못한다. ..그러니, 그가 당신의 특별을 들을 만한 가치가 있으며, 준비가 됐다고.. .. 절대 말 할 수 없겠으나.

이야기는 이미 시작되었고, 흘러간다. 당신의 끊어질듯한 음성으로, 마디마디.. 


당신이... 짤막한 당신의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내뱉어진 음성은 얼마나 사이사이, 뭉그러졌었을까. 

혼잣말하듯 속삭이고, 머뭇거리고, 울먹거리고, 물에 젖고, 그리고 한참 소리가 없는 당신의 이야기를, 

유진은 그저, 제 겉옷에 손을 찔러 넣고 흥미롭게만 지켜보았을 뿐이다. 

당신의 등을 쓸어주거나, 안아주거나, 침묵에 함께하거나. .. 하는 것 없이.


당신은 닿지 않을 이야기를 허공에 내뱉는 행위를 하고, 유진은 그걸 옆에서 훔쳐만 듣는다. 이건, 대화일까? 이곳에, 당신과 유진이 함께 있다고 말 할 수 있을까?

당신의 이야기는 흩어졌다. 어느 누구에게도 닿지 않았다.



" 당신의 이야기는... .. ~ 나에게 전하는 이야기 인가요, 아니면 그저. 타인에게.. 고하고픈, ..이야기 인가요. ...저, 그.. .. 나는 이런건 .. 서툴러요. .. 아니, 서투르다는 말조차 과할정도로. 나, 나는 전무합니다. 공감이나, 눈치 같은거... 따위가. ..

당신의.. 범람하는 감정이 너울거리는, 부, 불친절한 말들 사이에서 .. 나는 당신을 건져 올릴 수 없습니다. 그저 같이 휩쓸려서.. ..~ 솔직히. 혼란스러울 뿐이에요. 나는 내가 지금, 당신을 안아주어야 하는지... 어쩐지도 .. 모르겠습니다.

.. 위로란 건, 마. 말 없이 전해지는거라고~ .. 하던데 나는.. .. 이미 ... ....실패한거죠. " 

당신에게 쓸데 없는 말만을 늘어놓는다. 그가 침묵을 어떻게든 지워내보려는 나름의 눈물 겨운 노력이었다.

당신도 알고 있을 것이다, 유진은 침묵을 꺼려한다고.


.. 변한게 하나도 없다고 .. 유진은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그건.. 유진의 착각일까. 

이제 침묵이란, 당신을 감싸안아 주는 것이 아닌거 같으니..

두 명 모두에게 버거운 것이 되어버린 것 같지. 



" 생명이 죽음을 공포스러워하고, 그, 그로부터 도망치며 ... 그 과정 속에서. 추악하다.. 들을 만한 행위를..~ 하거나, 눈이 멀거나.. .. 하는 건. 다, 당연한거 아닌가요.

... ...인간은, ' 사람다움의 기준 ' 을 갖춰놓고 ... ..자신이. 사, 사람이길 원합니다. 그것은. .. 지성체로서의 자부심이며.. .. 인간이라는.. 지성체 종족으로서의 자부심이며 자기만족, 나르시즘.. 이 낳은 거이라고.... ..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국 사람도 짐승이며, 새, 생명인걸요. "

" ........ ...... ... 사실, 당신의 말에.. .. 내, 내가. 뭐라고 말해야 하는건지. 잘.. ..~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내가 좀 헛소리다..~ 싶은걸. .. 나불거려도. 조, 좀.. 이해해 주세요. 그래도, 나름의.. .. ~ 노력이니까. .. "

사람의 감정은 어렵다, 그 감정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절대 알 수 없으니까.

게다가 지금, 더욱이! 당신조차도 당신을 모르는거 같으니. 

.. .. 어찌할 바 모르겠다. 나에게 뭘 바라는거지.. .. 




" .. 온기를 요구하고, 이야기를 요구하고 .. 끊임없이 무, 무언가를 요구해서. 자신의.. 비워버린걸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 아, 아니, 사람을 채우는건 사람이니까. .. 맞는 선택. ...~ 인거 같아요. 하지만, .. ... ~ 그걸. 나에게? "

정말, 솔직한 심정이었다.


.. 당신에게 있어서 나, 나는 죽은 사람.. ..~ 아닌가요? 내가. 나는 죽지 않았다고 하니까... .. 그냥. 예외로 두는 건가? " 

" ~... 그냥. 죽음이라는 개념을 버리면. 편할텐데...~ ... .. 단순하게 불사라고. 생각해보세요. 갑자기 꿈만 같지 않나요. 당신도 분명 편해지지 않을까요. "

뒷 말은 혼잣말에 가까웠다. .. 물론, 혼잣말이라고 하기에는 꽤 선명하게 당신에게 전달되었겠지만.. 



조금 고민해본다. .. 아니, 정확하게는 고민하는 척을 해본다. 

당신에게 전해줄 '나의 이야기' .. .. 아니, 그런게 기억에 남아 있을리가 없는데.. .. 

본인의 호불호조차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본인의 이야기를 전해 줄 수 있겠어.


유진도 아주 바보는 아니다. 당신이 원하는게 정보가 아니, 이야기 라는걸. .. 

그래서 조금 긴 시간을 들여, 고민하는 척과 ..고민을 해본다. 

" 나, 나는 어렸을때, 내가 속한 ... ..인류. 가.. 궁금했습니다. 

알기 위해서는 ... 과거의 정보를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자연히 나는 인류사를 헤집기. .. 시작했습니다. 가장 노골적이며, .. 혀, 현재와 맞닿아 있는, 최고의 정보라고.. .. 생각해서. 

.. ..인류란~ 가능성의 덩어리며, 인류사는 그 가능성의 이야기 입니다. 모, 모든 드라마는 인류사를 모티프로 한다고 해도 .. 아마, 과, 과언이 아닙니다. .. .. 인류는 이야기를 사랑해요, 그리고 나에게 있어 최고의 이야기는. ..인류사입니다.

... .... 으음, 저번에. ..  기록 외에 즐거운걸 찾을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셨죠. 그리고 나는.. 그 필요성을 못느낀다고 했고. .. 그에 대한 보충 설명.. 같은...? ..이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요구에. 부, 부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이게 아니라고 한다면, 나는 더 이상 쥐어짤게 없습니다. .. .. 좀. ..좀.  봐주세요.. "

다 죽어가는 목소리를 하며, 머리 한 번 헤집었다. 


" 이야기를 원한다면. ... 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찾는게..~ 좋을거에요. " 




음.. .. ~ 마지막. 이라니 

나나 당신이나, 아직, 진정 마지막을 겪지 않았을텐데도. 

" 죽음이란 이제.. .. 퇴색 될 개념입니다. ... 우리는 여지껏 죽음을. 마지막~ 이라 표현해왔죠. 하, 하지만, 보세요.

당신은 계속 이어지고 있잖아요. ... ...당신은 마지막을 겪지 않았습니다.  주욱 이어질 길만이.. 조, 존재하는거에요. .. ..대단한 일이죠. " 

" 하지만, ..~ 이해합니다. 다른 분들이 죽음이었을 경험 뒤.. 이. 이어지는 삶에 혼란스러워.. 하는 것을요. 그건. ... ...아마 당연한거고, 역시, .. 내, 내 쪽이 이상한 거겠죠. 

.. .. ....~ 그러니까. 내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나는 마지막을 겪지 않았으며, 그저 죽음이.. 존재 했을 적에.. 죽음으로 이어졌을.. 치, 치명적인 상해의 경험을 했을 뿐입니다 그러니 마지막 순간의~ .. 후회고 뭐고를. .. 논하는건 이상하다는 겁니다. "

" .. .. 사실 진짜 죽었더라도 후, 후회같은거.. 안 했을거 같지만, "

왜인지 설명하는 투였다. 

그렇게 잠깐, 호흡을 쉬다가.. 


" 후회만큼..~ 비효율적이고 불필요한것이.. .. 어디있겠어요. .. 나는 그 필요성을 못느끼는... .. 아,  ... 이거. 뭐, 뭔가 했던 말 같은데. "

" ~.. 어쨌든, 사실 후회하고 싶지 않은 건.. 다, 당신 쪽 아닌가요?

죽음이라는 개념에 사로잡혀 있는 당신은, ... ...같은 일련의 사건을 겪은 우리를 통해.. .. 무엇을 보고 있으며, ..~ 후회라는 단어를. 입에 담으면서... 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나요. "

" 나에게는 너무. ... 어려운거 같아요. .. " 


" 그냥, .. .. ~ 뭐든간에, 너, 너무 사로잡혀 있지 마세요.

그것이 어쩔 수 없는 것임을.. ..물론, 이해하지만, 그건 아마.. ...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는 '불필요함' 일 것이며, ... .. 그걸 버린다면 분명, 더 편할테니까. " 


" 뭐든, 편하고 행복한게 ..~ 좋은거 아니겠어요. " 

가벼운 투로 말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