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사학자가 있고, 카운슬러가 있다.

이곳에 사학자가 있고, 카운슬러가 있다.

:: COMMU ::/0.0MHz 2020. 7. 23.

유진의 친밀의 대상은 사람인가, 인류인가.

그걸 스스로 깨닫고, 정하지 않는다면

하지만, 사실. 그에게 있어 별로 상관없을지도 모르겠다.



유진의 긴장의 원인은, 당신이 ' 한단안 ' 이기 때문이 아니다. 당신이 ' 타인 ' 이기 때문이다. 




하여, 당신의 눈 색이 어떤 색을 띄었든 당신이 타인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으니, 외관의 변화가 유진을 얼마나 달래줄까.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아마, 차이를 논할 정도도 못되지 않을까. 무엇보다, 유진은 대상의 얼굴을 바라보는 일이 손에 꼽혔다. 당신의 눈이 어둠에서 어떤 빛을 품은 색으로 변한다고 한들. 그것을 언제 알아챌지, 유진은 그랬다. 그는 늘 고개를 내리고 타인을 마주한다. 그것은 그가 필요 이상으로 타인을 신경쓰는 것이 원인이었으며, 동시에 내린 시선이 그가 타인을, 바로 눈앞의 사람이 누군인지 보지 않음을 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그 어떤 것에서도. 한 발짝 물러서 있는 사람이었다. 



… … 어째 당신이 만들어 낸 짧은 침묵에, 유진은 살짝 긴장 했다. 그 침묵 속에 내 눈 앞의 사람은 ' 어떤 생각 ' 을 하고 있음이 분명했으며, 그 생각을 본인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지는 두려움이다. 

그러나 유진은 그 두려움에 안주했다. 그는 결코 고개를 들어 타인의 얼굴을 바라보고 그 속을 읽어내려 하지 않았으니. 그의 눈치로는 훔쳐 보는 행위로는 절대 생각을 읽어 낼 수 없다는 것을, 유진은 본인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고하고―


" 아, 뭐... .. 그렇죠. "

사실대로 말하지, 유진은 당신이 길게 살 것 같은지, 짧게 살 같은지... 자신의 의지로 판단하지 않았다. 당신같은 사람들을 보고 으례, 사람들이 너 장수는 못할거 같다― 라고 했으니까. 그래서 그런 농담을 흉내내서.. 물론, 굵고 짧게 라고 말할거 같다는 인상은 자신의 생각이지만. .. .. 생각인가? 당신 같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말하고는 했었지. 그러니까... .. 그저, 가지고 있는 정보. 

" 수명에 있어, 말은.. 그리 큰 영향을 주지. 못하니까.. 단안씨 말씀처럼.. 단안씨나 내가. 오래 살지.. 어떨지.. .. 한 개체로서의 인류는.. 그, 그저 앞날이라는 미래에. 휩쓸릴 뿐이니까.. .. 농담인지 뭔지, .. 무난한 삶을 원하신다고 말씀을.. 하시지만. 긴 삶에 대한.. 요,욕구는 있으신거 같아.. 보이네요, .. 네에.. "


당신의 가벼운 웃음 소리를 듣는다. 무언가 즐거운걸까? 무언가 웃긴걸까? 당신의 웃음소리에 살짝 시선을 올렸는데, 찰나 내 머리칼로 시선을 옮기는 당신과 마주친거 같아 황급하게 다시 시선을 바닥으로 향했다. 시선의 내리는 동안에 당신의 머리칼은 주욱, 아른거리며 길게 늘어져 있었다.

타래로 묶인 실은, 길게 길게 장수하라는 뜻으로.. .. 머리칼이 부산스럽게 짧은 본인과 참 다르다.


 ―― 지금 눈을 감으면 영원한 밤을 보낼 것 같은 사람들을 보면서도 가끔 제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아주 글러먹었죠?

글러먹은건가. 왜? 당연한거잖아. 

" 자신을 생각하는 행위가... 부, 부정적으로 표현되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 세상은, 둘입니다. .. 자신과, 타인. ..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들은 본인을. 최, 최우선 .. 사항으로 둡니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당연하고도, 필수적인.. 생각입니다. 인간도 또한, 새, 생존 싸움에 버려진. 수많은 동물 중... 하나니까. .. ..그리고 그 새, 생존싸움은 가,같은 개체 사이에서.. .호흡과 같이. 일어나죠... .. 그 싸움의 형태가. 정말로, 목숨이든.. 발달된 문명 사, 사회가 만들어 낸.. 인류만의. 싸움 형태이든.. ..

하여, 카운슬러 이전에.. 사람인 단안씨가. .. 본인의 생존을 우려 하는 것을.. 실제로는 그 누구도. 글러먹었다.. 표, 표현 할 수 없습니다. 글러먹었다는 말을, 입에 올린 사람 모두.. 타인과 경쟁하여, 본인을 생각하며, .. 생존해 온. 것들.. 이니까. 

그러나, 이 다, 당연한 것을. 단안씨가 본인을.. 글러먹었다고. 새, 생각하고, 말 한다면..

... 누가 그 말에. 그러하다.. 라고 대답. 할까요... 그런 생각을 하다니. 아니야, 괜찮아라고. 말 해줄 뿐입니다.. .. 그러니까,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 누군가가. 아니야.. 라고 말해주었으면 하는 마, 마음에서 비롯된. 자기 방어적 기제의. 산물. .. ... 애초에, 푸념이라고 표현하셨. 잖아요? 푸념, 마음 속의.. 불평. ..사람이 타인에게.. 푸념을 늘어놓는 이유는. .. 그 상대에게서. 공감과, 위로를.. 얻기 위해. 이 사람이라면.. 나를. 받아줄거.. 같으니까. .... ... .... 하지만, 나는. 위로, 공감 따위를. 잘 못해서.. "

하며, 당신의 푸념에 대답했지. 정말로, 공감과 위로를 못하는 사람이다.



.. 어지럽고 마음 급한 대답에 당신은 배려를 말해준다.괜찮아요. 라던가, 천천히, 라던가. 하지만, 아직 유진은 그런 배려를 온전히 받아드릴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아, 예예..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하고는 또 빠르게 다음 말이 고르고 있겠지. 당신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이 이유라기 보다, 유진이 너무 오래 이렇게 살아온 탓이다.


" 만족감.. .. "

만족감이란 어떤 걸까? 물어보지는 않고 혼자 생각만 한다. 물어서 얻는 것은 당신 기준의 만족감아요, 당신의 정보일 뿐이니. 불필요한 행위인걸 알기에 혼자서 잠깐 생각하고, 고개만 끄덕인다. 

" 아, 예 뭐.. .. 많은 사람들이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니까. 만족감, 충실감, 완벽한 마, 마무리 따위를 원하는건.. 어찌, 당연한.. 거겠죠. 의미를 부여하고, 마, 마음을 쓰는 순간.. 본인이 정한 완벽을 품고, .. 목적시 하니까. "

당신의 말에 납득하며 대답했지만, 역시 그 많은 사람에 본인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듯 말했다. 

" 타인의.. 판단을 듣지 아, 않는게.  축복... 이요? ... 왜지, .. 현생에서. 케, 켕기는 거라도. 하셨나요.. 뭐, 욕 받을 거라도. .. 하셨나.. "

반은 솔직한 마음을 그대로 말한거고, 반은 농담으로..



"그럼요. 네필림의 한단안은 카운슬러예요. 이건 변할 일이 없는 사실이에요."

아주 조금, 안심했다. 카운슬러라면, 본인의 악의로 눈 앞의 사람에게 대놓고 표출 하는 걸 하지는. ..않겠지?

...

당신의 말처럼, 당신은 그야말로 카운슬러 그자체 였다. .. .. 말이 조금 이상한가?

하지만, 당신의 조근조근한 목소리나, 괜찮다라는 뜻을 내포한 말들이, 카운슬러와 내담자의 대화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 아니, 당신은 늘 카운슬러 이니까... 처음부터였나? ..

그러나 이곳에는 사학자와, 카운슬러가 있다.

내담자는 없다.


" 카운슬러는.. ~ 인내와 배려의.. 직업이네요. .. 나는 못하겠다. 싶고. "

유진의 뜬금없는 말에 당신은 놀랐을까?


" 누군가의 알지 못하는.. 마음을.. 온 심혈을 기울여서.. 헤아리고. 그조차도.. 자칫하면. 수, 수포로 돌아가고,. .. 하나하나 말해준다거나. .. .. 그 동안 들어갈 시간과, .. 정성따위를 생각하면. .. 음, 대답하시네요, 단안씨. "

유진은 이렇게 순식간의 당신과의 대화에서 멀어졌다.

당신의 모든 말과 배려는 온전히 유진 본인만을 위한 것인데. 단번에, 당신과 타인의 대화를 훔쳐본 것 처럼. 아무렇지 않게 제3자의 입장인거처럼. 감상따위를 내놓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더 말할까? 유진은 타인의 친밀의 특권을 받아도, 알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마음을 헤아리는 당신의 정성, 노력, 시간.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가는데도 ..~ 대단하시네요..~ 라던가. .. 유진이 말하니까, 기가 찬다 싶지.


" 무시하는 사람은, 포기하라니 .. 카운슬러가 하는 말~ 이라기에는 .. 조금 어색하다, 싶은. 말이고?. .. 내담자를 위한, 타현안 이란걸까.

카운슬러는, 내담자를.. 이상향의 경지로 끄, 끌어올려야 하는 사람인걸까요. 아니면, 본인 나름의.. 최선의 기준에 맞춰. .. 타협 시키는.. .. 사람인 걸까요. .. 뭐, .. 단안씨는. .. 타협하는. 사람인거 같네요.. . 뭐, 뭐든. 지금. 현재, 이 세간에서.. 단안씨는. 가장 정답에 가까운.. 사, 사람일 테니까.. .. 음.. "

혼자 중얼거리듯 말하다가 또 혼자서 말을 끝내버린다. 유진은 정말, 당신과 대화하고 있는 걸까?


 ―― 제가 느낀 것들은 숨길만한게 없고, 그냥, 편하게 떠들만한 것들 뿐이에요. …조금 감이 왔나? 어때요? …아직 어렵나?

당신이 차분하게 말하는, 당신의 모범답안을 듣는다. 

하지만, 모범답안이란게 그러거잖아. 이 답은 이미 타인의 답이니 참고 할 뿐, 절대 자신의 답으로 사용하지 말 것. .. 유진이 당신에게 질문 한 것은 당신의 답 뒤에, 나도 노력해서 해보겠다.. 보다는. 그저 본인의 차례를 최대한 뒤로 밀어 보겠다는 마음에있다. 하여, 아직도, 여전히. 어려운 것은 당연하고, 완벽하다 싶은 당신의 대답에 더욱 더 막막해질 뿐이다. .. 타인의 정답을 들으면 자신의 정답은 더욱 미궁에 숨는다. 완성을 만드는 것보다 따라하는 것이 쉽기 때문에 이 완성 된 것에 완성에 끌려 다니다.


다시 머리를 빠르게 굴려보았지. 하지만 아까랑 다를게 없다. 아니, 아까 이상으로 막막하다. 

저 안하면 안될까요. 낙제생 같은 말만 속에서 뱅뱅 돌고..

" ... 나는, ... ... 정보 수집을 위해, 평소. 기, 기록하는 행위를 하고. .. .. 이 잠수함 내에 있으면서. .. 몇 번 있었던. .. 명령에 참여했고. .. .. 썩 달갑지 않았지만.. .. 눈에 보이는 실적은 남겼고.. .. 해서, .. 아,아마 앞으로 두어번. 남아 있을 명령에... .. 조금 끔찍하고.. .. ... .. .. 또.. " 

한참 동안 말 사이에 공백을 늘이다가, 결국.


" .. 어렵습니다. "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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