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 속에, 그와 그가 엇나가듯 맞물린다.

고요함 속에, 그와 그가 엇나가듯 맞물린다.

:: COMMU ::/0.0MHz 2020. 7. 26.




여기, 마주 웃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아, .. 아니지. 당신은 `지금도` 웃고 있을까? .. 이 사학자는, 지금, 아직도. 웃고 있다.

지금 그는 신나고 기쁘지. 그리고 그런 감정들을 유진은 숨길 줄 모른다. 좋을 때는 웃고, 싫을 때는 찌푸린다. 숨기고 싶다고 생각해도 하지 못한다. 누군가는 솔직하다고 말해줄까? 하지만 언제나 솔직하다고 좋은 건 아니었다.

당신은 그를 `좋은 사람` 이라고 말해 주었다. 당신에게 있어 좋은 사람이란, 그저 속내를 숨기지 않는 사람일까? .. 그렇다면, 아직은. .. 아직도. 유진은 당신에게 있어 좋은 사람 일 수 있을까. 

죽음이 아른거리고, 눈앞에서 사람의 생사가 뒤엎기고, 피가 흐르고, 고이고, 시작됐을 뿐.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그 앞에서 제 입꼬리를 가리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로. 당신과 친구가 되어 기뻤을 때보다 훨씬 더 밝은 웃음을 내보이는 이 앞의 사학자에게. 당신은 어떤 기록을 기억할까. 


" 명성 따위는. 실질적인 생존에.. 아, 아무런 도움도. 주지 .. 못해요. "

하며 숙인 고개를 들고, 시선만 바닥으로 내린 채 대화를 이어간다. 


" 그것은 지금, 드로이테씨가. 가장 잘.. 느, 느낄거 같다고. 생각. 해요. "

" 명성이란, 분명.. .. 인간 사회에서. .. 인간들만의. 생존에 ... 필수적인 것이라고. 새, 생각해요.. 

하지만, 정말로, 날 것의... 생존앞에서.. 명성이란 게. 손을 뻗어주지. 아, 않아요.. .. 정말, 생존에서. 살아가기 위해. 집착.. 해야 하는 것은.. 가능성이죠.. .. 정말, 말 그대로. 내가. 살아남을.. 가능성부터.. 이 상황 자체를... 뒤, 뒤엎을 가능성까지.. 그리고. 자신의. 가능성을.. .. 모든 것들이 마, 맞물리면.. 생존. 하게 되는 거죠.. 더 나아가.. 이 대사건의, 주인공이. 될 거에요.. " 

가능성을 말하는 목소리는 조금 격양되어 있었다. 즐거운 이야기를 해주는 거처럼. 그리고 당신을 아주 잠시. 똑바로 바라본다. 주인공. 그래, 드로이테씨. 당신도 분명.. 



당신의 중얼거림을 가만히 대꾸 없이 넘긴다. .. 인간의 욕망. .. 분명 나도 가지고 있을 텐데 .. 하지만, 생각해도 백지 위에 마냥 둥둥 떠다니는 느낌뿐일 뿐.. 답은 나오지 않고. .. ..그래도 더 물어볼 생각은 없나 봐, 다행이다!



" 음.. .. .. 어쨌든. 살아만. .. 있는 거 아니겠어요? "

그가 대답을 고르는 데에는 아주 찰나의 시간뿐이 걸렸다. 

" 사람이.. 살아가는 것에는. 모, 목적이 필요합니다.. 그 목적을. 잃어버린다면.. .. 그건 껍데기라고 물러도. 무방하겠죠. "

" ... 드로이테. 씨도.. .. 삶의 목적을 위해... 살아가며.. 진정 살아 있다.. 말씀 하실 수. 있는거잖아요? "

사람에게는 하나의 굵은 목적이 있고. 그것에서 수많은 잔뿌리가 뻗어 나와, 삶이라는 토양을 단단하게 한다. ..하나의 목적만을 바라보며 달려간다 하면 다들 위태롭다고 말한다. .. 하지만, 나는. 전혀 모르겠는데.



타인의 기록을 말해 보았을 뿐. .. 그럼 그 날 선 목소리조차도?

" 음... .. 그, 그럼. 그 말을 했었을때의. 목소리.. 도요? ... 드로이테씨는. 남의 흉내를.. 본인의 삶과.. 함께하시네요..? 아, 아까 웃는 것도. .. 내 흉내죠? 나름.. 편할 수 있겠다.. ~ 싶은. 삶이네요. "

이미 완성된 것을 따라 하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다. 

이미 완성된 것을 따라 하는 것만큼 완성도 있는 일도 없고. 

스스로~ 라는 건 힘든 일이다. 불확실하고, 불안정하고, 불투명해서. 그래서 많은 사람이 완성품 뒤에 안주하고, 숨는다. 당신도 그런 걸까?

아니면, 그저 비워진 본인을 채우기 위한 일시적인 대체행위의 반복일 뿐일까.


" ... ..~ 누군가가. 물어보면.. 최대한 노력해서.. 답하려고 합니다. .. 답하는 거에는.. 그 말의 내용 뿐만이 아니라. .. 고민하는 행위도. 타인에게 닿는 거라고.. 했어요. ..또.. ~ .. 상관 대답에. 설렁설렁 대답하면. .. 썩 좋았을 적이 없어서... ? "  



사람의 속닥임은 특별함을 준다. 속닥이는 행위만으로 그 내용이 어떻든, 누군가의 열쇠를 쥔 느낌이니까. 

" ... 나도. 늘 궁금합니다. 타인이라는, 다른 세상이. .. 들여다보고, 들여다보고, 들여다.. 본다면. .. 이해..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당신은 유진의 세상이 궁금하다 말했다,

유진은 그저, 타인의 세상이 궁금하다 대답한다. 




잡은 손이 신경 쓰이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엄청!! 신경 쓰인다고 말하고 싶다. 손에서 식은땀이 나는 기분이다. ― 물론, 아니겠지만. ― 그래도, 그런 기분에. 당장에라도 손을 빼고 싶었다. 하지만 당신은 계속 잡아주고 있는걸. 이걸 뺀다는건.. .. 뺀 뒤로 느껴질 머쓱한 공기를 생각하면.. 그저 가만히, 그러나 속으로는 안절부절못하며. 제 손과 당신의 손만 흘끔거리며 쳐다볼 뿐이다. 

" 가, 간질간질.. 그건.. 뭐라고 하지? 셀렌다..? 그런걸 표현할 때.. 쓰는 거라고.. 귀, 귀여운 어감이라고.. 생각해요. "

하며 당신의 손짓을 바라본다. 그러고는 정말 쓸데없는 말 하나.

" 나, .. 간지럼.. 그쪽은 별로 안타요."



" 아.. 하.. ~ .. 하, 하긴.. 쌍둥이에.. 굳이.. 자매간 상하를.. 나누면. .. 드로이테씨가.. 동생일거. 같죠..? 왜... 두, 둘 있을 때.. 목소리가 더 큰 쪽이. .. 언니라고 했어요."

어디선가 주워들은 말을 입에 담고는 이어지는 말에 조금 바보같이 대답한다. 

" 어.. ... ... 그렇게 따지면. 드로이테씨랑. 나도... 친구.. 못하지 않나요? "

게다가 우리는 직급도 다른데…. 하며 작게 덧붙여 중얼거렸지. 


피비린내가 나는 듯한, .. 물론 절대 날 리가 없지만? 

해저도시를 둘러본다. 이곳은 전혀 산책코스로 불릴 수 없는 듯 하지. .. 하지만, 당신이 원하는 건 그저 산책하는 행위 같다. 그러니까. 아직도, 당신이 괜찮다면. 

유진은? ... 아무 생각도 없을 거야. 


당신의 불안한 듯한 눈빛을. 유진은 전혀 보지 못하고. 여전히 당신 너머나, 발치 따위에 시선을 주며 당신의 대답에 대한 말을 골라낸다. 

불안한 기색은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긴장하고 있다는 것 뿐. 이유는 그냥.. .. 타인과 대화 하고 있으니까. 

" 형제... ... "

" ... 없을걸요? ... .. ... 아, 아닌가.... .. 있을 수도 있고. 어, 없을 수도.. 있어요. 10여년 전.. 모부님이 딱히.. 나에게 동생의 출산에 대한.. 언급은 없"고.. 그 뒤로는.. 모부님과 연락하지 않았으니까. "

" 처음부터 혼자인.. 생물은 없죠.. 하지만 나의 첫 사회가 된.. 가족은. 나에게 .. 별 의미가 없어요. ..그건 모부님께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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